
저는 솔직히 두바이 하면 가장 먼저 두바이 쫀득 쿠키가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던 그 디저트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동에서 불거진 전쟁과 두바이에 대한 공격 소식을 접하면서 이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나 디저트 유행의 진원지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안전과 자본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파장은 생각보다 넓고 깊었습니다.
두바이가 지켜온 안전 인프라, 왜 이번에 금이 갔나
두바이가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7개의 토후국이 연합해 만든 연방 국가인데, 두바이는 그중 하나로 석유 자원이 거의 없는 대신 글로벌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서비스 중심 경제를 택했습니다. 인구의 약 90%가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두바이의 생존 전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여기서 '안전 인프라'란 단순히 치안이 좋다는 수준을 넘습니다. 중동 분쟁에서도 두바이만큼은 공격받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국제 질서, 그 자체가 두바이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였습니다. 친서방과 반서방 자본이 동시에 들어와 있어서 어느 쪽도 선뜻 두바이를 건드리기 어려운 구조였고, 여기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뒷받침되었습니다. 이른바 억지력(deterrence)이 작동했던 셈입니다. 억지력이란 적이 공격했을 때 입을 피해가 너무 커서 공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적 힘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서 그 암묵적 믿음이 깨졌습니다. 당시 비행기 좌석이 부족해 전세기 수요가 폭증했고, 전세기마저 구하지 못한 이들은 차를 몰고 사막을 횡단해 인근 국가에서 탈출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살던 집을 급매로 내놓고 짐을 꾸려 나갔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단순한 뉴스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치안 면에서 두바이는 CCTV와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을 결합한 선진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범죄 대응 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데(출처: 두바이 경찰청), 물리적 공격 앞에서는 그 인프라도 이미지 손상을 막지 못했습니다.
절세 허브로서 두바이의 구조
두바이에 부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구조입니다. 개인의 경우 소득세, 양도소득세(자산을 팔 때 발생한 이익에 매기는 세금), 보유세, 상속세가 모두 없습니다. 소비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VAT)가 5% 정도인데, 이것도 OECD 평균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입니다. 자기 나라에서 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내던 고액 자산가라면, 두바이 이주만으로 실질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법인세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아예 없었고, 최근에 도입됐지만 세율은 9%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이 2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입니다(출처: OECD 조세통계). 게다가 조건을 갖추면 법인세를 아예 내지 않을 수 있는 경로도 있습니다.
두바이가 절세 허브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 소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 없음
- 법인세 9%(OECD 평균의 절반 이하, 조건부 면제 가능)
- 디르함-달러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 운영으로 환 리스크 차단
- 자유경제구역 내 자본 유출입 자유도 높음
- 영미법 체계 적용 구역 운영으로 외국 기업의 사법 리스크 최소화
여기서 고정환율제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달러 등 기축통화에 묶어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는 제도입니다.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율 변동으로 손해 보는 리스크를 없애주기 때문에 외국 자본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세금을 아무리 안 내도 환율에서 20%를 잃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가상화폐 분야에서도 두바이는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즉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완화 제도를 비교적 일찍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가 두바이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흔들린 이미지, 두바이의 회복 가능성
두바이가 오랫동안 '중동 속의 안전지대'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친서방과 반서방 모두를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중립 외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로 상징되는 초호화 도시 인프라, 국제학교와 전용기 인프라까지 갖춘 고자산가 친화 환경이 그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올라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경에 압도됐던 기억이 있는데, 그보다 훨씬 높은 부르즈 할리파에서 사막 위로 펼쳐진 야경을 보면 어떤 기분일지 솔직히 지금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은, 두바이가 팔아온 것이 결국 안전이라는 무형의 신뢰 자산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신뢰가 흔들렸을 때 부자들이 싱가포르나 스위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고급 주택가에 급매물이 쌓였습니다. 반면 두바이가 완전히 대체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전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유무형의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UAE가 안보와 방위 역량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산 방산 무기에 대한 중동 지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두바이가 가장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