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스라엘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작지만 선진국이고, 남녀 모두 군대에 가고, 팔레스타인과 사이가 나쁜 나라.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 이 나라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전쟁도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야망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꿈꾸는 땅의 크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두고 싸운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훨씬 컸습니다. 이스라엘 일부 강경파가 주장하는 이른바 그레이트 이스라엘, 즉 완전한 이스라엘은 요르단 전체, 레바논과 시리아의 절반, 이라크 일부,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까지 아우르는 영토입니다. 대한민국 면적의 7~8배에 달하는 크기죠.
이 야망의 근거는 성경, 그중에서도 창세기 15장 18절에 있습니다. "이집트 강에서부터 큰 강 유프라테스까지 네 자손에게 주노라"는 구절입니다. 시오니즘(Zionism)이란 바로 이 성경 속 약속을 현실로 실현하려는 정치적·종교적 운동입니다. 여기서 시오니즘이란 19세기 말 유럽에서 발생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으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립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엔 박해받는 유대인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운동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스라엘 기본법에 영토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식 국경을 법으로 확정한 적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국경을 넓힐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열어둔 셈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행정적 미비가 아니라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오니즘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제브 자보틴스키입니다. 그는 헤르츨의 실용적 노선을 비판하며 수정 시오니즘(Revisionist Zionism)을 창시했습니다. 수정 시오니즘이란 요르단강 동안(지금의 요르단 영토)까지 유대인의 땅으로 봐야 한다는 강경 노선으로, 영토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지금 이스라엘 우파의 저변에는 바로 이 자보틴스키의 사상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스라엘 기본법에 영토 조항 없음 → 국경 확장의 법적 여지 상존
- 성경 창세기 15장 18절의 영토 약속 → 강경파의 종교적 명분
- 수정 시오니즘의 팽창주의 → 현 이스라엘 우파 정치의 뿌리
- 1967년 6일 전쟁 이후 점령지 확보 → 종교적 확장주의 본격화
1967년 6일 전쟁이 바꿔놓은 것들
혹시 단 6일 만에 한 나라의 실효 지배 면적이 세 배로 늘어난 사례를 본 적 있으신가요? 1967년 6월,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시리아 등 주변 아랍국들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감행해 불과 6일 만에 서안지구, 가자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을 한꺼번에 점령했습니다. 이 전쟁이 제3차 중동전쟁, 혹은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이 승리가 이스라엘 사회 전체에 거대한 신학적 충격을 던졌다는 점이 그랬습니다. 세속적인 군사 승리가 "신이 약속의 땅을 되찾아 줬다"는 종교적 기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 등장한 종교적 극우 세력이 구시 에무님(Gush Emunim)입니다. 구시 에무님이란 1974년 결성된 이스라엘의 종교 민족주의 운동 단체로, "신의 땅은 단 1인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교리 아래 서안 지구 곳곳에 불법 정착촌을 세워 나갔습니다. 정착촌은 단순한 주거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의 발자국을 찍어 영토 확장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전략적 포석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수는 현재 140개를 넘으며 약 70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출처: UN OCHA).
1982년에는 이스라엘 외무부 출신 저널리스트 오데드 이논이 논쟁적인 전략 문건을 발표합니다. 오데드 이논 플랜(Oded Yinon Plan)이 그것입니다. 오데드 이논 플랜이란 주변 아랍 강대국들을 민족과 종교에 따라 소국으로 분열시켜 이스라엘 안보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으로, 이른바 중동의 발칸화(Balkanization)를 핵심으로 삼습니다. 발칸화란 과거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여러 소국으로 해체된 것처럼, 한 지역이 갈등으로 인해 파편화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 계획이 이스라엘의 공식 전략으로 채택됐는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라크가 수니파·시아파·쿠르드로 분열되고, 시리아가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현실은 이 시나리오와 공교롭게 맞아떨어집니다.
이란이라는 마지막 장애물, 그리고 전쟁의 구조
그렇다면 지금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핵 문제만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중동 문제를 처음 접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손을 잡았다는 구조입니다. 2020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 그 사례입니다. 아브라함 협정이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국교를 정상화한 외교 협정으로, 유대 국가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이란이라는 공통의 위협에 맞서 손을 잡은 이례적인 동맹입니다(출처: 미국 국무부).
이스라엘이 걸프 국가들을 묶어두는 수단은 첨단 방공 시스템입니다. 아이언 돔(Iron Dome)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한 번 도입하면 유지 보수와 업그레이드 때문에 수십 년간 이스라엘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기술 없이는 이란의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란의 입장에서도 타협은 불가능합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서 반(反)이스라엘은 정권의 정당성 그 자체입니다. 이스라엘과 화해하는 순간, 1979년 이란 혁명의 명분이 사라지고 정권 내부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로 이어지는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습니다. 저항의 축이란 이란이 지원하는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들의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결국 이 구도는 누군가 하나가 완전히 꺾여야 끝나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전쟁이 계속되어야만 동맹이 유지되는 기괴한 구조 위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을 끌어들여 이란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성경으로 약속을 받았다"는 논리였습니다. 수천 년 전 기록을 현대 국제법보다 위에 두는 사고방식이 저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믿음인지도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중동의 평화가 가까운 미래에 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관심과 학습을 바탕으로 작성한 의견 공유이며,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적이 없습니다. 중동 분쟁은 종교·역사·자원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으므로, 다양한 시각의 자료를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